“운동권 세력, 보상 받을 만큼 받아”
취임 100일 맞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정성헌 이사장
정 이사장은 취임 100일을 즈음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올해 6·10 민주항쟁 기념행사는 민주당과 운동권뿐 아니라 한나라당과 뉴라이트까지 참여하는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민주주의는 소중한 가치고 특정집단이 독점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화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운동권이 달라져야 한다는 건가.
“국민은 민주화 운동세력에 대해 대통령·장관·국회의원 등 보상해 줄 만큼 다 해줬다고 생각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출범 취지는 민주화운동을 기념·계승·발전시키라는 것이었는데 기념은 하지만 계승은 자의적으로 해왔고, 발전은 거의 없다. 한나라당 민주주의 따로 있고 민주당·운동권 민주주의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운동했으니까 내 민주주의만 옳다고 하면 안 된다.”
-운동권은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나.
“10년간 집권했는데 사람을 잘못 썼다. 인재를 쓰려는 자세가 안 됐다. 그건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인데, 자기 사람만 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에 빈부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운동권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집권했고 서민을 위한다고 했는데 서민들은 더 힘들어졌다. 그럼 잘못한 거 아니냐.”
-운동권 후배들에게 감방 갔다 왔다고 정치범인 척하지 말라고 한다는데.
“정치범이니 양심범이니 하는데 나도 감방 가 봤지만 무료 변론도 해주고, 영치금도 넣어주고, 대우도 해준다. 그런데 막걸리 반공법에 걸린 사람은 다르다. 술 한잔 마시고 정부 비판하다 감방에 오면 가족들도 면회 안 온다. 그들이 진짜 정치범인데 이름 없는 민초니까 아무도 기억 안 한다. 우리 같은 확신범은 사실 억울할 게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돌 맞을지 몰라도 민주화운동, 그거 대단한 거 아니다. 잘난 척하면 안 된다.”
-90년대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유행했던 분신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겠다.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면 안 된다. 운동하는 사람의 자세는 희생이 없게 하고, 아니면 최소화해야 한다. 생명은 절대 가치고 나머지는 상대 가치다. 운동이란 이름으로 절대 가치를 수단화하면 안 된다. 운동은 논리와 삶이 같이 갈 때 오래간다. 생명을 해치면서 하는 운동은 오래 못 간다.”
-통일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금강산 관광으로 강원도 다른 지역은 관광수입이 줄어 울상이 됐다. 화가 난 강원도 다른 지역 상인들이 북한 가는 버스를 가로막고 농성하려고 했었다. 북쪽에 연탄을 줄 때 남쪽에 사는 연탄 없는 사람도 배려하면서 해야 한다. 내부 통일이 통일의 동력인데 그걸 못했다. 그 다음이 민족 통일이다. 준비를 잘하고 있다가 기회 오면 그냥 통일하는 거다. 통일을 1단계니, 2단계니, 연방제니 국가연합이니 하면서 미리 정해 놓고 하는데 말이 잘 안 된다. 이런 얘기하면 진보진영에선 ‘흡수통일 하자는 거냐’고 발끈하는데 만일 북한에 급변사태가 터지면 흡수통일은 안 되니 그냥 놔둬야 하나. 통일은 기회가 오면 어떻게 해서든 해야 한다.”
-북한을 어떻게 보나.
“북한이 처음부터 체제 정통성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인민을 굶기니 정당성이 없다. 한국은 출발 당시의 정통성은 약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키면서 백성이 강한 정통성으로 키웠다. 남북 문제는 중도로 가야 한다. ”
-앞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 건가.
“내부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과거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다. 6월항쟁 기념행사도 끼리끼리 하지 말고 한나라당·민주당이 함께 참여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화해하는 게 중요하다. 박태준 전 포철 회장과 박형규 목사 같은 분들이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 대표로 만나 서로 손잡고 미래를 얘기하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현택 기자
◆정성헌 이사장=1964년 고려대 입학 후 6·3사태로 구속됐다. 70년대에는 가톨릭 농민회 활동을 시작해 조직부장, 사무총장, 부회장 등을 맡았다. 91년엔 ‘우리밀살리기’ 초대본부장으로 취임해 우리밀 운동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게 했다. 2000년 이후 고향인 강원도에 내려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출처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04/04/4953630.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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